신화형성비평 고은 「그 석굴 소년」 줄거리 및 해석
1. 신화형성비평이란?
근본적으로 역사적 변화의 영향을 받지 않고 반복해서 나타나는 신화적 패턴 또는 원형(archetype)을 문학작품 속에 구체화한다는 주장이다. 오늘날 현대비평에서 ‘신화(myth)’라는 용어의 적용이 매우 다양하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신화는 문학 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용어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흔히 신화비평가들은 거의 모든 문학 장르와 개별적인 문학작품들을 어떤 원형(原型)이나 본질적인 신화적 공식의 재현으로 해석한다.
원형적 비평이라고도 불리며, 프라이저(Frazer), 프라이(Frye) 등에 의해서 연구되어진 비평 태도이다. 이 비평은 각각의 작품에 대한 독자적인 가치 평가 중시, 작품의 잔기(殘基)와 감동을 중시하는 인상비평 배척, 작품상호 간의 질서를 찾는 그림화 작업이라는 세 가지를 전제로 한다. 그럼으로써 작품의 우연적ㆍ부속적ㆍ지엽적인 구성요소를 제거하고 다른 작품 신화에서 원형을 찾아내어 그것을 체계화한다는 것이다. 신화비평은 역사적ㆍ문화적 맥락을 무시한다는 점에서 '환원주의'라 비판받기도 한다.
2. 작가, 작품소개
본명은 은태(銀泰), 1933년 8월 1일 전북 군산 출생하였고, 군산중학교에서 수학하던 중 한국전쟁을 맞아 휴학했다. 1970년대 이후 민주화운동에 적극 참여하였고, 대학에서 시를 강의하고 교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1974년 제1회 한국문학상을 수상한 후 국내외에서 다양하게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시인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그 석굴 소년」은 고은의 『만인보』의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고은의 『만인보』는 한국 시문학사에서 방대한 인물 서사의 새로운 시적 지평을 확장시킨 성과를 거두었다는 문학적 주목을 받았다. 「그 석굴 소년」은 서사의 시간과 공간의 움직임이 역동적이고, 신화적 이미지가 선명하게 발현되어 있다.
3. 「그 석굴 소년」의 신화적 분석
3-1) 신화적 서사구조
「그 석굴 소년」은 ‘탄생-떠남(쫓겨남)-시련/관문-회귀-신세계 창조’의 영웅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고은은 이러한 신화적 상상력을 통해 『만인보』의 역사적 진실을 구현하려 한다. 「그 석굴 소년」의 서사구조는 다음과 같다.
「그 석굴 소년」은 영웅서사 구조를 지니지만 일반적인 구조와는 그 형태를 약간 달리한다.
시련과 관문 이후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설정(해당 시에서는 잃어버린 자기를 다시 찾는 서사구조)은 동일하나, ‘회귀’와 ‘신세계 창조’라는 변형을 통해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일원론적 세계관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해당 인물, 즉 ‘기표’가 죽어도 그 ‘기의’는 다시 살아나 “새로움의 낯익음/낯익은 새로움”을 형성한다는 순환론적 인식이다. 여기서 기의는 인물의 넋 또는 혼을 말한다. 신화적 상상력은 이러한 인식의 뿌리가 된다.
1)
금빛 불빛 낙조 파도 총궐기에
에워싸인 섬
이제 막
숨쉬는 섬
울릉도
그 울릉도 태하석굴
낙조 속에서 태어난 아이가 있었다
어느새 소년이었다
신들려 밤에는 별들과 이야기하고
바람소리 잠들면 귀신들과 사귀었다
―「그 석굴 소년」 4연∼5연
2)
귀신들린 놈이라고
미친놈이라고
소년은 끝내 마을에서 버림받았다
아버지는 소년을 자주 때렸다
한밤중 돌아와
작대기로 잠든 소년을 때렸다
집 안에 귀신을 둘 수 없다고
끝내 소년은 쫓겨났다
―「그 석굴 소년」 7연∼8연
3)
꿈속에서 세상 떠난 할아버지가 나타났다
꿈속에서
누워 있는 수레를 일으켜세웠다
생전의 검은 수염이
꿈속에서 하얀 수염 가슴팍까지 내려왔다
어서 저 위 석굴로 들어가거라
거기가 네 세상이다
―「그 석굴 소년」 10연∼11연
1)~3)에서는 소년의 탄생에서부터 신화적·영웅적 연대기가 전개된다. 1) 에서는 소년 수레가 ‘금빛 불빛 낙조 파도 총궐기에/ 에워싸인 섬’이자 ‘숨쉬는 섬’인 울릉도의 태하석굴에서 태어났다는 것으로 비범한 영웅의 탄생을 시사한다.
2)에서는 평범한 인물(마을 사람들, 아버지)들과 다른 면모를 지닌 소년이 서로 충돌한다. 이것은 영웅서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특징이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말처럼 평범한 사람들 속의 특별한 인물은 사회에서 고비를 맞게 된다.
3)에서는 ‘세상 떠난 할아버지’를 통해 ‘석굴’이 소년 수레의 세상임을 알려준다. 여기서 ‘할아버지’는 정신적 스승이자 조력자 역할을 한다.
‘정신적 스승’은 꿈과 신화 등에서 자주 나타나는 원형 중 하나로, 영웅에게 필요한 동기· 영감‧길잡이·훈련‧권능을 제공한다. 캠벨은 이러한 인물을 ‘현로’라 이름한 바 있다.
3-2)‘석굴’의 신화적 공간 의미
소년 수레는 석굴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엉금엉금 기어갔다
그 다음에는 두 발로 걸었다
박쥐들이 날아올랐다
누군가가 이끌 듯이 수레는 들어갔다
어떤 무서움도 불안도 없었다
새로움의 낯익음
낯익음의 새로움
―「그 석굴 소년」 15연
동굴이나 석굴과 같이 ‘자궁’을 형상화하는 근원적 공간으로 진입하는 것은 쉼, 심신의 안정, 회귀와 같은 이미지를 나타낸다. ‘태하 석굴’에서 태어난 소년이 다시 석굴로 돌아가는 것 또한 이러한 원형회귀의 개념이다.
「그 석굴 소년」 서사의 중심 공간은 ‘태하 석굴’이다. 주인공은 귀신들린 놈 취급을 받아 움막으로 쫓겨났을 때, 꿈속에서 정신적 스승인 할아버지를 만나 ‘석굴’로 인도된다. 현실 공간인 ‘마을과 움막’에서 초월적 공간인 ‘석굴’로의 이동이다. 석굴로의 이동은 공간의 이동과 변화를 의미하는 한편, 뒤이어 소년의 성장 서사가 시작될 것을 암시한다.
이렇게 ‘석굴’은 ‘소년 수레’가 태어난 장소이자 자궁의 원형이다. 운명에 따라 석굴로 진입하고, 그곳에서 새로운 자신으로 재 탄생한다는 것이 「그 석굴 소년」에서 ‘석굴’의 신화적 의미라 할 수 있다.
4.결론
신화형성비평적 관점에서 고은의 「그 석굴 소년」을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면에 주목할 수 있었다.
첫째는 영웅 신화적 서사 구조다. 주인공 ‘소년 수레’는 『만인보』의 등장인물들의 이야기 전승자로서 서사화되어 있으며, 영원한 생명성을 지닌 영웅으로 그려졌다. 때문에 「그 석굴 소년」은 ‘탄생- 떠남(쫓겨남)-관문/시련-회귀-탄생’이라는 영웅서사의 구조적 특징을 보인다. 하지만 신화 원형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 아니라 ‘회귀’와 ‘신세계 창조’라는 변형을 통해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동양적 일원론 세계관을 표방하고 있다.
둘째는 석굴의 상징성이다. 주인공은 현실적 공간인 ‘집과 마을’에서 쫓겨나 현존과 실존을 아우르는 신비한 공간인 ‘석굴’로 진입한다. 여기서 ‘석굴’은 자궁의 원형이자 주인공이 진정한 자기를 실현하는 공간으로 나타난다. 또한 시련을 극복함으로써 비범한 능력을 얻게 되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자궁’이자 ‘영웅의 재탄생 공간’이 「그 석굴 소년」에서 ‘석굴’의 신화적 의미임을 알 수 있다.
「그 석굴 소년」은 이러한 주인공의 영웅 서사화 과정, 그리고 ‘석굴’의 신화적 공간 인식을 통해 생성과 소멸의 일원론적 관점과 더불어 순환과 회귀의 세계를 형상화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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